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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마침표를 찍으며> -- 실천문학의 공공적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본문

외치다

<실천문학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마침표를 찍으며> -- 실천문학의 공공적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은혜 Graco 2016. 11. 24. 15:03


실천문학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마침표를 찍으며

 


비통한 마음으로 실천문학의 자랑스러웠던 역사에 종언을 고하고자 합니다.

 

실천문학은 서슬 푸른 비상계엄이 엄존하던 1980년 새 봄, ‘민중의 최전선에서 새 시대의 문학운동을 실천하는 부정기간행물(MOOK)’이라는 기치를 앞세워 첫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창간의 주체는 유신의 가공할 폭압 속에서도 굴종을 거부했던 이 땅의 양심적인 문인들이었습니다. 창간호에 수없이 박힌 검열의 흔적들은 오히려 신생 잡지의 영광을 알리는 징표였습니다. 실천문학은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향한 이 땅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면서 수차례의 필화사건, 필자와 편집인들의 숱한 연행과 구속, 악의적인 세무조사, 그리고 계간지의 폐간에 이르기까지 모진 시련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수많은 독자와 필자들의 굳건한 응원을 받으며 당당히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랑스러운 실천문학의 역사를 더 이상 이어나가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실천문학이 지금 직면한 상황은 그간 경험했던 시련들과는 전혀 종류가 다른 낯선 얼굴의 적, 바로 자본의 역습에 기인한 것입니다.

 

지난 3 11일에 있었던 정기 주주총회가 파국의 도화선이었습니다. 이 총회에서는 실천문학이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한결같이 견지해온 민주적 합의 절차를 무시한 채 일부 대주주들에 의한 일방적 의사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자유실천문인협회(현 한국작가회의)의 기관지로 출범한 실천문학은 1995 9 116명의 문인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주식회사 체제로 재출범하면서,가난하지만 의연히 문학적 긍지를 지키며 공공재로서의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실천문학의 공공성은 주식회사 출범 당시부터로부터 따져도 엄숙한 존립근거이자 절대적 지향성이었습니다. “공적인 성격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개인의 주식 소유에 제한을 두어 주주 1인이 총주식의 0.33%에서 5%까지만 소유하도록 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를 입증합니다.

 

3 11일의 정기주총에서는 소위 책임 있는 주주들에 의한 책임 있는 경영을 내세운 일부 대주주들의 의사만이 주금액에 근거한 표결에 의해 관철되었습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실천문학의 존립근거와 역사를 부정하는 일방적 의사 진행에 항의하여 집단으로 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실천문학의 행보는 우려한 대로 그동안 여러 문인들의 도움으로 쌓아올 수 있었던 문학적 위엄마저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계간 실천문학 2016년 여름호와 가을호가 편집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파행적으로 간행된 것이 그 비근한 사례입니다. 2016년 여름호와 가을호는 계간 실천문학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 정기주총을 통해 대표로 취임했던 이○○ 대표는 그동안 어떤 책임 있는 자세도 보여주지 않다가, 지난 9 29일의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정기주총 당시 대다수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대표이사 선임을 강행했던 윤○○ 이사와 공○○ 이사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이사는 임시주총 현장에서 책임을 지기는커녕 또다시 표결권을 행사하여, ○○ 이사를 새롭게 선임하고, ○○ 전 대표의 주식 지분마저 인수한 윤○○를 실천문학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신임대표는 지난 수년 동안 실천문학의 감사와 주식정비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대주주가 된 인물입니다. 그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구실을 내세워 실천문학사의 대표와 편집위원, 직원, 그리고 많은 주주들을 이른바 법의 촘촘한 그물 속에 수도 없이 옭아매면서 결과적으로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입니다. 실천문학의 전임 대표들은 상법의 기계적 적용만을 앞세우며 정의의 사도임을 자임한 그의 고소·고발 남발로 인해 상당한 곤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윤○○ 이사가 절대적인 최대주주이자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상 실천문학은 한국문학에 기여하는 공공성과 관계가 없는, 사실상의 개인적 소유물이 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현재 대표이사 이하 경영진들은 실천문학의 민주적, 공공적 의의를 중시하는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9 29일 임시주총 현장에서도 윤 대표는 실천문학의 공공적, 실천적 전통을 지켜나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바 있습니다.

 

한편, 실천문학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그간 많은 이들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4 15일에는 실천문학의 미래를 염려한 작가와 주주들이 실천문학의 공공적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습니다. 실천문학을 협동조합 체제로 전환하거나, 계간 실천문학을 단행본 출판사와 분리독립시키는 방안 등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실천문학을 장악한 새 경영진들은 면담을 회피하여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실천문학은 한국문학의 공적 자산이 아니라 개인의 독점적 소유권이 관철되는 사적 기업이 되었습니다.

 

실천문학의 역사가 왜곡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천문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외면하고 오직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봉사하는 실천문학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실천문학일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절박한 마음으로 현재의 실천문학과의 단절을 선언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계간지를 포함하여 실천문학에 어떤 집필도 하지 않을 것이며, 실천문학에서 저서를 출판한 저자들은 법적인 유효기간이 끝나는 대로 출판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실천문학의 공공적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향후 새로운 형태의 도전을 시도하려 합니다. 실천문학의 참다운 문학정신을 계승한 대안적 매체와 출판조직을 통해 한국문학의 공공적 미래에 대한 모색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2016 11 21

실천문학의 공공적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강지희(문학평론가), 고영직(문학평론가), 공지영(소설가), 권여선(소설가), 권혁소(시인), 김근(시인), 김대성(문학평론가), 김대현(문학평론가), 김미정(문학평론가), 김보현(명지대), 김상운(정치철학 번역자), 김용택(시인), 김원(한국학중앙연구원), 김이정(소설가), 김정한(고려대), 김정환(시인), 김종길(미술평론가), 김진경(시인), 김창규(시인), 김해자(시인), 김해화(시인), 김희선(소설가), 나도원(음악평론가), 노지영(문학평론가), 박래군(인권중심사람 소장), 박준(시인), 박찬종(서울과기대), 박철현(국민대), 백가흠(소설가), 부희령(소설가), 서강목(문학평론가), 서영인(문학평론가), 소영현(문학평론가), 소현숙(한양대) 손아람(소설가), 송은영(연세대), 신철규(시인), 안도현(시인), 안효상(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양윤의(문학평론가), 양창렬(파리 1대학), 염승숙(소설가), 오수연(소설가), 오창은(문학평론가), 위근우(ize 기자), 유승환(인문학연구자), 유용주(시인), 유채림(소설가), 윤지관(문학평론가), 은혜(번역노동자), 이강진(문학평론가), 이경진(문학평론가), 이광욱(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이동연(한예종), 이만영(문학평론가), 이상록(역사문제연구소), 이선우(문학평론가), 이시백(소설가), 이언빈(시인), 이인휘(소설가), 이재원(중앙대), 이지은(문학평론가), 이후경(소설가), 임태훈(문학평론가), 임철우(소설가), 장미현(역사문제연구소), 장성규(문학평론가), 전성욱(문학평론가), 전성태(소설가), 정문순(문학평론가), 정문영(5.18기념재단), 정우영(시인), 조재도(시인), 조지은(믹스라이스), 조해진(소설가), 진태원(고려대), 천정환(성균관대), 최성수(시인), 최승린(소설가), 최은영(소설가), 최인석(소설가), 최정화(소설가), 최진영(소설가), 하승우(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한수영(소설가), 황규관(시인), 허민(인문학연구자), 허희(문학평론가), 홍기돈(문학평론가), 황인찬(시인)

이상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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