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DMZ Scope] 카메라 최후의 사각지대,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를 기억하다 (2017/09/01) 본문

쟁이다

[DMZ Scope] 카메라 최후의 사각지대,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를 기억하다 (2017/09/01)

은혜 Graco 2018. 4. 23. 17:23

http://dmzdocs.com/archives/14669

카메라 최후의 사각지대,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를 기억하다


은혜 시민에디터

 

사각지대. ‘어느 위치에 섬으로써 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아니하게 되는 각도.’ 고정된 또는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카메라에는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의 눈도 마찬가지다. 늘 똑같은 자리에서 대상을 마주하면 등 뒤에 있는 것은 결코 볼 수 없다. 다큐멘터리스트란 바로 이런 관성을 깨고 사각지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존재일 것이다. 인간의 수탈에 신음하는 야생동물들부터 차별과 억압에 맞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한 소수자들까지, 다큐멘터리스트의 열정과 성실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게 된다. 그러나 사각지대를 부지런히 담아내는 사이, 정작 그들의 삶이 사각지대가 되어버렸다. 예술혼이건 밥벌이이건 사명감이건, 그들이 전력을 다할수록 그들의 안녕과 존엄은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괜찮은 줄 알았지만 실은 간신히 버티는 중이었다. 그들의 강행군은 초능력이 아니라 안간힘으로 이어져온 것이었다. 초반부터 맹렬했던 더위만큼이나 잔인했던 7월, 우리는 이 사실을 확인했다. 15일에는 두 명의 독립PD들이 이역만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28일에는 노숙인과 장애인의 삶을 기록하며 빈곤 문제에 천착했던 영상활동가가 간암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 사이에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2 Doors, 2011)으로 잘 알려진 영상집단이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는 구조’를 끝내기 위해 600명의 제작자 모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담아 그간의 작품 활동과 DMZ국제다큐영화제와의 인연을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故 박환성 감독 ‧ 故 김광일 감독

박환성 감독과 김광일 감독은 7월 15일(한국시각) EBS 다큐프라임 2부작 <야수의 방주>(The Beast and an Ark) 촬영을 95% 가량 마친 상태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촬영을 마치고 귀국하면 EBS의 간접비 회수 횡포에 맞선 싸움을 이어나갈 예정이었다. 상대차량의 졸음운전이 교통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타고 있던 차량이 오지 촬영에 부적합한 차종이었던 점과 현지 코디네이터와 운전기사를 대동하지 않았던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제작비 절감 압박으로 인해 빚어진 참극임을 부정하기 힘들다.[주1]


<순다르반스>(The Shadow of Sundarbans, 2012)

휴먼다큐와 정보프로그램 위주의 작업을 하면서 자연다큐를 동경해왔던 김광일 감독은 독립PD로서의 고단한 삶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던 중 <야수의 방주>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작품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자연다큐멘터리가 되었다. 한국의 대표 자연다큐멘터리스트로 꼽히는 박환성 감독은 2011년(제3회)과 2012년(제4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자연다큐멘터리 섹션을 통해 <아프리카 – 물의 전쟁>(AFRICA – The War for Water, 2009)과 <순다르반스>(The Shadow of Sundarbans, 2012)를 선보인 바 있다. 박환성 감독의 두 작품은 올해 영화제에서 특별상영으로 만나볼 수 있다.


故 박종필 감독

지난 7월 28일 간암으로 별세한 박종필 감독은 ‘진실과 희망의 영상을 추구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집단’ ‘다큐인’의 맏형으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2기 위원장을 맡았고 박근혜퇴진행동 미디어팀에서도 활약했다. 이는 작년 가을부터 올봄 세월호 참사 3주기까지 우리가 광장에서 접했던 무수한 영상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종필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반추하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망각과 기억2: 돌아 봄>(Forgetting and Remembering 2: reflection, 2017)으로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찾는다. 그의 작품 ‘잠수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찾기 위해 바다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故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마지막 주인공 김관홍 잠수사처럼,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도 그는 세월호 선체기록에 매진하고 있었다.[주2] 감독보다 영상활동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그의 마지막 작품은 한국경쟁 부문에서 상영된다.



연분홍치마

‘저항의 현장에서 인권의 의미를 찾고 여성주의적 삶을 실천하며 연대하는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DMZ에 꾸준히 출석도장을 찍고 있는 영상집단이다. <두 개의 문>(DMZ Docs Project 2009-2010 선정작)으로 DMZ와 처음 인연을 맺은 연분홍치마는 작년(제8회) <두 개의 문>의 후속작 격인 <공동정범>(The Remnants, 2016)과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안녕 히어로>(Good Bye My Hero, 2016)(9월 7일 개봉)를 나란히 한국경쟁부문에 올렸고, <공동정범>으로 최우수 한국 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올해는 SK브로드밴드 하청노동자들의 파업과 팟캐스트 방송을 다룬 작품 <플레이온>(Play On, 2017)(한국다큐쇼케이스 섹션)을 들고 다시 한 번 DMZ를 방문한다. <두 개의 문>과 <공동정범>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현재 위암 투병 중이며, <공동정범>을 함께 연출한 이혁상 감독은 작년 12월부터 무급 안식년을 보내면서 극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5명의 활동가가 월 12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당기다 600 프로젝트’[주3] 역시 계속 진행 중이다.



[주1] PD저널 「박환성-김광일 독립PD 사망…추모 물결 속 모금 운동」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60831
주간경향 「“방송사가 저작권 독식하려고 해” – 고 박환성 PD가 남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주간경향>과 나눈 이야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707311826161&pt=nv

[주2] 씨네 21 「세월호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을 계기로 대화하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947

[주3] 연분홍치마 활동가들이 드리는 편지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570174703057378&id=12448834429269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