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32)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문화수요할인(천원 올라서 6천원!)을 야무지게 챙겨 먹고 있는 터라 개봉 첫날 재빨리 를 보고 왔다. MGM에겐 어림없는 소리겠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트릴로지로 끝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와 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별책부록 같은 영화다. 를 보고 '거봐, 내가 뭐랬어'라며 혀를 찼지만, 마치 명탐정 코난을 꾸역꾸역 챙겨보듯 정으로, 의리로 도 보고 왔다. 는 나의 최애작인 과 수미쌍관을 이루고 있다. 내가 다니엘 크레이그 007 시리즈를 애정함에 있어 의 지분은 8할에 가깝다. 도 의심의 여지없는 역작이지만 이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어준 의 공만 할까 싶다. 흑백의 혈투씬으로 시작하는 건배럴 시퀀스와 마다카스카르 공사장에서 펼쳐지는 극한의 파쿠르 액션 시퀀스는 그 자체로 이전 007..
2020. 12. 28 역문연 광장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도 젠더·섹슈얼리티 담론과 운동을 통해 교차성이라는 개념이 비중 있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나는 의식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교차성이란 ‘반드시 방어되고 추구되어야 할, 세계를 바라보는 어떤 태도’로 생각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이번 팝업 세미나는, 단순히 지지하거나 지향하는 차원을 넘어 당사자의 언어와 이론적 개념을 통해 교차성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형적인 학술서인 (낸시 프레이저, 2010), (니라 유발 데이비스, 2012)에서 당사자의 육성이 살아 있는 (장애여성공감, 2018), 그리고 당사자의 언어와 이론적 개념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비사이 콜렉티브 외, 2018)와 (개인적으로 주저함 없이 인생의 책으로 꼽는..
원문 출처: 더컨버세이션 bit.ly/3wdw8ol 글쓴이: 이안지영, 샤오베이 첸 옮긴이: 은혜 3월 16일 애틀랜타에서 있었던 특정 대상을 향한 총격에서 비참하게 죽임당한 8명 중 6명이 아시아 여성이었다. 당초 애틀랜타 경찰은 혐오 범죄임을 부정했는데, 사건을 범죄자의 입장에서 조명한 일부 언론 보도와 맞물려 북미 전 지역사회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터져나왔다. 반아시아 인종주의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모범적 소수자' 신화와 불가분하게 얽혀있다. 모범적 소수자 신화는 근면하고 독립적이며 똑똑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아시아인이라는 만연한 스테레오타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일견 긍정적으로 보이는) 이 스테레오타입은 반아시아 인종주의, 빈곤, 노동 착취(labour abuse), 심리..
기본소득-예술-(탈脫척도)‘다른’ 시간 속에서 ‘다르게’ 욕망하기 예술의 측정불가능성 예술인/창작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잖아’라는 부러움 섞인 시선과 우화 속 베짱이나 룸펜 바라보듯 하는 야유의 시선. 이들도 조금 불규칙할지언정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뭔가를 생산하는 사람인데, 그리고 단속적이지만 계약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기도 하는데 왜 유독 이런 양가적인 시선을 받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예술/창작 활동의 측정불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노동/비노동의 점이지대에서 명맥을 이어온 아주 독특한 생산부문이었다. 이것은 오늘날 생산양식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른바 ‘비물질적 생산’의 원형과도 같다. 생산과정과 생산물 모두 비물질..
옮긴이 후기 내가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것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에서였다. ‘사회적 임금’과 ‘보장소득’이라는 낯선 개념을 통해, 나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외침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진리로 확신하게 되었다. 힘들지언정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철학적 개념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그것이 의회정치든 직접행동이든―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연구와 운동을 함께 모색하는 연구활동가이자 누구보다도 기본소득이 절실한 당사자로서 친구들과 함께 기본소득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기본소득에 대한 친절한 입문서인 동시에 잘 짜여진 구조와 내실을 ..
옮긴이 후기 이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나는 제목만 보고 안토니오 네그리의 사상을 정리한 책이겠거니 했다(이 책의 원제는 『안토니오 네그리: 혁명의 철학』이다). 하지만 책을 펴자마자 이 책이 얼마나 흥미롭고 야심찬 기획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크 랑시에르를 시작으로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미셸 푸코, 그리고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까지, 목차에 내로라하는 정치철학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철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일본어와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게 전부인 내가 이 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책의 매력에 이끌려 겁도 없이 덜컥 번역을 맡아버렸다. 번역을 마무리한 지금, 나는 우리 시대의 혁명을 사유하는 데 꼭 필요한 책을 번역했다..
http://dmzdocs.com/archives/15485 내전과 난민을 바라보는 4가지 시선: 9th 난민영화 프리뷰 은혜 시민에디터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지난 16일 다큐&뮤직콘서트가 열렸다. 난민지원네트워크와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 토크콘서트에서는 올해 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WHITE HELMETS , 2016)가 상영되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인류를 살리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폭격당한 건물 잔해 속에 뛰어드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시리아의 참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아가 왜 시리아를 비롯한 많은 내전국가의 난민들이 필사적으로 국경을 넘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폭격이 일상이 된 분쟁지역만 벗어나면..
http://dmzdocs.com/archives/14669 카메라 최후의 사각지대,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를 기억하다 은혜 시민에디터 사각지대. ‘어느 위치에 섬으로써 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아니하게 되는 각도.’ 고정된 또는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카메라에는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의 눈도 마찬가지다. 늘 똑같은 자리에서 대상을 마주하면 등 뒤에 있는 것은 결코 볼 수 없다. 다큐멘터리스트란 바로 이런 관성을 깨고 사각지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존재일 것이다. 인간의 수탈에 신음하는 야생동물들부터 차별과 억압에 맞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한 소수자들까지, 다큐멘터리스트의 열정과 성실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게 된다. 그러나 사각지대를 부지런히 담아내는 사이,..
http://dmzdocs.com/archives/11778 독립다큐, 와 사이에서 길을 잃다 은혜 시민에디터 2017년 5, 6월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한국영화사의 전기(轉機)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5월 프랑스에서는 제70회 칸영화제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가 공개되었고, 한국에서는 (5월 25일 개봉)가 78,397명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한국 다큐멘터리 오프닝스코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6월로 접어들면서 는 개봉 10일 만에 누적관객 수 100만을 돌파(손익분기점은 이미 개봉 3일 만에 돌파)했고, (6월 29일 개봉)는 멀티플렉스로부터 외면당하는 진통을 겪었으나 군소영화관과 독립예술영화관을 통해 오프라인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여러모로 역사적인 이 ..
http://dmzdocs.com/archives/11095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계속 돌아야 한다: KBS의 푸티지 도용이 남긴 과제 은혜 시민에디터 공영방송 K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은 지난 4월 12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에서 육상거치에 성공하기까지 3주간의 인양과정을 기록하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들과 함께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아홉 명의 수색작업과 진상규명을 위해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는 기획의도 하에 ‘세월호, 1,091일만의 귀환’ 편을 방영했다. 이날의 방송은 이후 소셜미디어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방송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내용이나 그에 대한 감상 때문이 아니라 제작진의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사전협의 및 출처표기 없이 도용된 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