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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번역자의 고독 | 김수영 번역을 부업으로 삼은 지가 어언간 10년이 넘는다. 일본의 불문학자 요시에 타카마츠[吉江喬松]는 제자였던 고마츠 기요시[小松清]를 보고, 번역을 하는 사람은 10년 안에는 단행본 번역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호령을 했다고 하지만, 나는 분에 넘치는 단행본 번역을 벌써 여러 권 해먹었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와는 번역만 하더라도 비교가 안 되고, 나는 무슨 영문학자도 불문학자고 아니니까 번역가라는 자격조차 없고, 도대체 비난의 대상조차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수지도 맞지 않는 구걸 번역을 하면서 나의 파렴치를 이러한 지나친 겸허감으로 호도해 왔다. 한번은 ‘Who’s Who’를 라고 번역한 웃지 못할 미스를 저지른 일이 있었고, 이 책이 모 대학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 김훈 한평생 연필로만 글을 쓰다보니, 잡지사 편집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산다.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컴퓨터를 배우려고 한 번도 노력해 본 적이 없다. 그 물건의 편리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누르면 나오는 물건을 볼 때마다 왠지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 같아서 나는 컴퓨터 배우기를 포기해 버렸다. 팔자에 없는 짓은 원래 하지 않는 게 좋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이 느낌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나의 몸의 느낌을 스스로 조율하면서 나는 말을 선택하고 음악을 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