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 김훈 한평생 연필로만 글을 쓰다보니, 잡지사 편집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산다.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컴퓨터를 배우려고 한 번도 노력해 본 적이 없다. 그 물건의 편리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누르면 나오는 물건을 볼 때마다 왠지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 같아서 나는 컴퓨터 배우기를 포기해 버렸다. 팔자에 없는 짓은 원래 하지 않는 게 좋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이 느낌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나의 몸의 느낌을 스스로 조율하면서 나는 말을 선택하고 음악을 부여..
코뮤니즘이 돌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특이화 치료라고 불러야 한다. 비포 bifo | 은혜 옮김 1. 우리가 가진 지식으로 감당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은 걱정한다. 그들은 그것을 위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난 세기에 ‘경제’를 습격하고서 더 강한 ‘자본주의’를 남겨두고 사라진 이전의 엄청난 위기처럼, 그것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나는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생산력(전지구적 네트워크에서의 인지노동)의 힘(potency)과 성장패러다임이 양립불가능하다는 징후이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500년간 지속된 씨스템의 마지막 붕괴이다. 다음과 같은 풍경을 보라. 세계의 거대권력들은 금융기관들을 구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금융의 붕괴는 산업씨스템에 영향을 주었다. 수요는 떨어..
점령자, 해적, 그리고 기본소득 : 공통적인 것의 재전유를 위한 우리의 무기 직업운동가가 사라진 시대의 운동촛불봉기가 한풀 꺾이면서 ‘촛불사람들’과 함께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모색하다가 기본소득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반가움과 의구심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질문들. 그 반응은 기본소득을 ‘전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를 좋은 것으로 인식시키려 노력하다보면, 그것이 어느 틈엔가 만능열쇠로 둔갑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기만 하면’ 식의 사고방식을 심어주게 될까 두려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은 이 짓을 그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짓을 더 잘 하기 위해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순간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