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옮긴이 후기 몇 해 전 웹서핑을 하다가 다큐멘터리 맑스 재장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유투브에서 본 맑스 재장전의 예고편은 레온 트로츠키와 칼 맑스를 대면시킨 애니메이션 도입부와 이어지는 대담자들의 면면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금융 위기’라는 말이 전지구적으로 어떤 위화감도 없이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다큐멘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것은 이 책의 번역을 맡고나서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보고나서 이 책의 출판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다큐멘터리는 예고편이 준 기대감에 비해 무난하고 다소 평이하 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복잡다단한 사유의 결을 따라가기보다는 선명하게 각인될 수 있는 입장만을 ..
자본주의를 찢고 다른 세계를 창조하라 신생 2013년 가을호 권력에 맞서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역사 속의 움직임들은 늘 권력 장악이라는 선결과제에 맞추어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이 선결과제는 최종목적지로 둔갑해버리기 일쑤였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권력을 일소하는 강경한 노선이든 선거라는 절차를 밟아 정권을 잡는 온건한 노선이든, 권력 장악은 항상 세계 변혁이 아니라 권력의 유지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역사상 세계 변혁을 목표로 내건 가장 광대한 실험이었던 사회주의가 생산력주의와 권위주의로 왜곡되었고, 이는 권력 장악 및 유지에 대한 반발과 함께 ‘권력 장악과 무관한’ 혹은 더 나아가 ‘권력 장악에 맞서는’ 세계 변혁에 대한 모색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반발과 모색은 권력 장악 없는 세계 변혁의 첫..
참담한, 고마운, 그리운, 실성한 531일의 기록 실천문학 2013년 봄호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는 두리반이라는 식당이 있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을 뜻하는, 식당 이름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은 정겨운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으로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기까지 두리반은 파란만장한 과정을 겪었다. 2005년 3월 동교동 삼거리에 자리를 잡았던 두리반은 공항철도역사 건설계획으로 땅값이 폭등하면서 벼랑으로 내몰렸다. 2008년에 시작된 법정싸움이 남긴 것은 이사비용 300만원이 전부였고, 이마저도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순순히 받고 나가라는 겁박의 표시일 뿐이었다. 그러던 2009년, 아마도 홍대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는 날 중 하나일 성탄 전야에 두리반은 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