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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 2008년 중앙대 사회학과 집담회를 위해 쓴 짤막한 글이다. * 그때 나는 대학원수료생이었고, 지금 나는 과학기술 번역일로 먹고 살면서 가아아아끔 글을 쓰고 인문사회과학 번역을 하고 있다. 학생에게 임금을! : 학문후속세대에서 수업노동자로 나는 1983년에 태어나 1999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다 1년 후 자퇴를 했고 2003년 또래보다 1년 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학생운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좌파적 감수성을 유지하면서 학부시절을 보냈고, 졸업 직후 극우파들이 ‘빨갱이사관학교’라고 치켜세워주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6년 4월에 소위 연구조교 생활을 시작했고, 그 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동안 학진의 녹을 먹었다. 그 사이에 영어시험과 종합시험과 프로포절 심사를 거쳤고, ‘준비중’..
번역자의 고독 | 김수영 번역을 부업으로 삼은 지가 어언간 10년이 넘는다. 일본의 불문학자 요시에 타카마츠[吉江喬松]는 제자였던 고마츠 기요시[小松清]를 보고, 번역을 하는 사람은 10년 안에는 단행본 번역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호령을 했다고 하지만, 나는 분에 넘치는 단행본 번역을 벌써 여러 권 해먹었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와는 번역만 하더라도 비교가 안 되고, 나는 무슨 영문학자도 불문학자고 아니니까 번역가라는 자격조차 없고, 도대체 비난의 대상조차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수지도 맞지 않는 구걸 번역을 하면서 나의 파렴치를 이러한 지나친 겸허감으로 호도해 왔다. 한번은 ‘Who’s Who’를 라고 번역한 웃지 못할 미스를 저지른 일이 있었고, 이 책이 모 대학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실천문학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마침표를 찍으며 비통한 마음으로 실천문학의 자랑스러웠던 역사에 종언을 고하고자 합니다. 실천문학은 서슬 푸른 비상계엄이 엄존하던 1980년 새 봄, ‘민중의 최전선에서 새 시대의 문학운동을 실천하는 부정기간행물(MOOK)’이라는 기치를 앞세워 첫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창간의 주체는 유신의 가공할 폭압 속에서도 굴종을 거부했던 이 땅의 양심적인 문인들이었습니다. 창간호에 수없이 박힌 검열의 흔적들은 오히려 신생 잡지의 영광을 알리는 징표였습니다. 실천문학은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향한 이 땅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면서 수차례의 필화사건, 필자와 편집인들의 숱한 연행과 구속, 악의적인 세무조사, 그리고 계간지의 폐간에 이르기까지 모진 시련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수많은 독자와 ..
2015. 10. 7 를 봤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정조가 안 미친 게 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사도'의 대상은, 아비도 아들도 박복한 궁궐의 여인네들도 아닌 어린 이산이었다. 영조가 눈물을 흘릴 때는 '당신은 울 자격도 없다'는 눈으로 쏘아보게 되고 사도가 울 때는 '진즉에 궁을 떴어야지'라며 혀를 차게 됐는데, 어린 산이 울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나는 어린 산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영조와 사도 두 사람 모두에게서 '윗세대'를 발견한 것 같다. 그러나 영조와 사도는 전혀 다른 인간이다. 사실 영화를 곱씹을수록 사도가 미쳐 날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맙기까지 하다. 사도가 미치지 않고 영조의 관점에서 '성군'이 되었다면, 아마 아들 산에게 할아버지 못..
교재 : Dellenbaugh, Mary, et al., eds. Urban Commons: Moving Beyond State and Market. Vol. 154. Birkhäuser, 2015 1회차 텍스트Markus Kip, Majken Bieniok, Mary Dellenbaugh, Agnes Katharina Mullei, Martin Schwegmann "Seizing the (Every)Day: Welcome to the Urban Commons!"Brigitte Kratzwald "Urban Commons - Dissident Practices in Emancipatory Spaces"Markus Kip "Moving Beyond the City: Conceptualizing Urban ..
현행의 기본소득 제안에 그치지 않고 거듭 새로운 기본소득 임금에서 소득으로, 소유에서 접근으로 : 기본소득과 제3기본공통재의 상승작용 은혜 @ BIEN 2016 나는 왜 기본소득에 대해 고민하는가? 왜 기본소득 너머를 상상하려고 애쓰는가? ‘조건(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모든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라는 아이디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사회적 의의를 갖는다. 바로 노동가치론으로부터의 일정 정도의 해방과 그에 따른 시간의 자율1)이다. 그러니 상상력을 더 펼치는 건 잠시 미뤄두고 일단 관철시키는 데 집중해야하는 것 아닌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는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를 선택하여 도입하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노력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솔직히 가끔은 ‘됐고, 한 달..
3년 전(2013년 6월 25일)에는 이런 글도 썼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은...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69&aid=0000150638 최저임금 1만원 6월 27일은 최저임금 의결 법정시한이다. 법정시한을 일주일가량 남겨둔 지난 21일 4차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결렬되었다. 사용자측은 동결을, 노동자측은 5,910원 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4년 최저임금 논의구도는 4,860원 대 5,910원의 대결로 요약되는 것일까. 아니다. 이것은 그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안의 풍경일 뿐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건물 앞에서는 6월 8일부터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농성이 이어져오고 있다. 그리고 24일에는 ..
재작년(2014년 5월 18일)에 이런 글을 썼더랬다. 그리고 2년 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압박과 회유가 뒤섞인 음성이 공개되었다.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2&oid=032&aid=0002710775 방송'국'과 언론자유는 양립할 수 없다 ‘방송국이 옳은 표현이냐, 방송사가 옳은 표현이냐’ 대학 때 들었던 한 언론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던진 질문이다. 학생들에게 손을 들게 했고, 나는 방송사에 한 표를 던졌다. 이 질문의 맥락은 이렇다. 방송국은 방송언론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했던 군사정권의 잔재이며, 방송사는 그러한 과거와 단절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보다 중립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정부기관의 하나인 방송국이 아니라 독립적인 경영권과..
* 스포일러는 알아서 주의 :) , 그리고 믿음에 관한 세 개의 성경구절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누가복음 24:37-39) 영화 은 위의 성경구절을 제사(題詞)로 삼고 있다. 감독은 이 성경구절을 인용함으로써 이 '믿음/의심'에 관한 텍스트임을 밝힌다. 의 키워드이자 희대의 떡밥인 '현혹' 또한 섣부른 믿음에 대한 경계를 주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누가복음 24장은 예수의 부활 이후를 다루고 있는데, 이 제사는 부활한 예수가 엠마오로 가던 두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
"Students were informed of the voluntary nature of their participation and provided their written consent."학생들은 원하는 사람만 [설문에] 참여하면 된다는 점을 안내받았고 동의서를 제출했다. * information은 아는데, inform은 뭐지? inform의 뜻은 '~라는 사실을 알려주다'이고, 이렇게 '제공된 사실'이 정보 information이다. 따라서, "Students were informed of ~"는 '학생들은 of 이하의 사실을 들었다'이다. inform Pronunciation: /ɪnˈfɔːm/ VERB1[REPORTING VERB] Give (someone) facts or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