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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원문 http://wealthofthecommons.org/essay/economy-wastefulness-biology-commons 허비(虛費)의 경제 : 공통재의 생물학 안드레아스 베버 | 은혜 옮김 * 안드레아스 베버(Andreas Weber, 독일)는 생물학자, 철학자, 저술가이다. 사유와 집필의 주요 관심사는 인간의 자기이해와 자연 사이의 관계이다. 베를린과 이탈리아 바레세 리구레에 거주하고 있다.http://autor-andreas-weber.de/ 수십억년간 성공을 거둬온 종획 없는 공통재-경제(all-enclosing commons-economy)가 있다. 바로 생물권이다. 그 생태계는 에너지, 물질, 존재, 관계, 의미로 이루어진 지구 차원의 가계(家計)로,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
원문 http://wealthofthecommons.org/essay/why-distinguish-common-goods-public-goods 왜 공통재와 공공재를 구별해야 하는가 제임스 B. 퀼리건 | 은혜 옮김 * 제임스 퀼리건(James Quilligan, 미국)은 1970년대부터 와 국제개발 분야에서 활동해왔으며, 공통재의 인식론‧존재론과 정치 및 통화 구조와의 관계를 전문으로 한다. 2008~2009년, 심각한 경기후퇴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그 여파로 인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세계 경제로 쏠렸다. 그리하여 더 나은 정책, 법률, 제도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무르익고 있는데, 과연 이다음 경제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과 생명체에게 공정하고 평등할까?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원문 http://wealthofthecommons.org/essay/first-thoughts-phenomenology-commons 공통재의 현상학에 관한 주요한 생각들 우고 마테이 | 은혜 옮김 * 우고 마테이(Ugo Mattei, 이탈리아)는, 토리노대학과 UC 헤이스팅스의 법학교수이다. 로라 네이더와 함께 『약탈 : 법의 지배가 불법일 때 Plunder, When The Rule of Law is Illegal』를 집필했으며, 최근작으로는 『공통재 : 하나의 선언 Bene Comuni: Un Manifesto』이 있다. 공통재는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공통재는 삶에 꼭 필요한 것으로서 사람들이 가져야할 자원이다. 모든 사람은 공통재를 동등한 몫으로 가질 권리를 갖고 있으며, 법을 통해 공통재에 ..
공통적인 것의 생산과 분배 : 예술가에 관한 몇 가지 물음들- 『오픈』2009년 16호 “지구적 현상으로서의 아트 비엔날레” 마이틀 하트 | 은혜 옮김 미학과 정치의 관계는 대부분 양자의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양자의 상호개입의 측면―예술에서의 정치적 행동 또는 정치에서의 미적 실천―에서 생각된다. 이러한 관계는 큰 개념상의 어려움 없이 제시된다. 물론 그러한 교차점들이 적어도 플라톤 이후로 여러 진지한 실천적 관심사들과 관련하여, 예컨대 정치적인 것의 안정성이나 미적 실천의 무결성과 관련하여 제기되어왔지만 말이다. 자크 랑시에르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를 개념상의 문제로 제시한다. 랑시에르의 주된 관심은 정치적 예술이나 미학이 된(aestheticized) 정치가 아니라, 이 두 개의 분..
옮긴이 후기 몇 해 전 웹서핑을 하다가 다큐멘터리 맑스 재장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유투브에서 본 맑스 재장전의 예고편은 레온 트로츠키와 칼 맑스를 대면시킨 애니메이션 도입부와 이어지는 대담자들의 면면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금융 위기’라는 말이 전지구적으로 어떤 위화감도 없이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다큐멘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것은 이 책의 번역을 맡고나서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보고나서 이 책의 출판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다큐멘터리는 예고편이 준 기대감에 비해 무난하고 다소 평이하 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복잡다단한 사유의 결을 따라가기보다는 선명하게 각인될 수 있는 입장만을 ..
자본주의를 찢고 다른 세계를 창조하라 신생 2013년 가을호 권력에 맞서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역사 속의 움직임들은 늘 권력 장악이라는 선결과제에 맞추어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이 선결과제는 최종목적지로 둔갑해버리기 일쑤였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권력을 일소하는 강경한 노선이든 선거라는 절차를 밟아 정권을 잡는 온건한 노선이든, 권력 장악은 항상 세계 변혁이 아니라 권력의 유지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역사상 세계 변혁을 목표로 내건 가장 광대한 실험이었던 사회주의가 생산력주의와 권위주의로 왜곡되었고, 이는 권력 장악 및 유지에 대한 반발과 함께 ‘권력 장악과 무관한’ 혹은 더 나아가 ‘권력 장악에 맞서는’ 세계 변혁에 대한 모색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반발과 모색은 권력 장악 없는 세계 변혁의 첫..
참담한, 고마운, 그리운, 실성한 531일의 기록 실천문학 2013년 봄호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는 두리반이라는 식당이 있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을 뜻하는, 식당 이름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은 정겨운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으로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기까지 두리반은 파란만장한 과정을 겪었다. 2005년 3월 동교동 삼거리에 자리를 잡았던 두리반은 공항철도역사 건설계획으로 땅값이 폭등하면서 벼랑으로 내몰렸다. 2008년에 시작된 법정싸움이 남긴 것은 이사비용 300만원이 전부였고, 이마저도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순순히 받고 나가라는 겁박의 표시일 뿐이었다. 그러던 2009년, 아마도 홍대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는 날 중 하나일 성탄 전야에 두리반은 철거..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 김훈 한평생 연필로만 글을 쓰다보니, 잡지사 편집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산다.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컴퓨터를 배우려고 한 번도 노력해 본 적이 없다. 그 물건의 편리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누르면 나오는 물건을 볼 때마다 왠지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 같아서 나는 컴퓨터 배우기를 포기해 버렸다. 팔자에 없는 짓은 원래 하지 않는 게 좋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이 느낌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나의 몸의 느낌을 스스로 조율하면서 나는 말을 선택하고 음악을 부여..
코뮤니즘이 돌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특이화 치료라고 불러야 한다. 비포 bifo | 은혜 옮김 1. 우리가 가진 지식으로 감당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은 걱정한다. 그들은 그것을 위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난 세기에 ‘경제’를 습격하고서 더 강한 ‘자본주의’를 남겨두고 사라진 이전의 엄청난 위기처럼, 그것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나는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생산력(전지구적 네트워크에서의 인지노동)의 힘(potency)과 성장패러다임이 양립불가능하다는 징후이다.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500년간 지속된 씨스템의 마지막 붕괴이다. 다음과 같은 풍경을 보라. 세계의 거대권력들은 금융기관들을 구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금융의 붕괴는 산업씨스템에 영향을 주었다. 수요는 떨어..
점령자, 해적, 그리고 기본소득 : 공통적인 것의 재전유를 위한 우리의 무기 직업운동가가 사라진 시대의 운동촛불봉기가 한풀 꺾이면서 ‘촛불사람들’과 함께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모색하다가 기본소득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반가움과 의구심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질문들. 그 반응은 기본소득을 ‘전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를 좋은 것으로 인식시키려 노력하다보면, 그것이 어느 틈엔가 만능열쇠로 둔갑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기만 하면’ 식의 사고방식을 심어주게 될까 두려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은 이 짓을 그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짓을 더 잘 하기 위해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순간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